더 디너 / 헤르만 코흐 / 민음사

더 디너

가족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는가?

네덜란드 국민 작가 헤르만 코흐의 대표작.

전 세계 21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유럽에서만 백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네덜란드, 이탈리아, 미국(리처드 기어 출연)에서 동명의 작품으로 영화화되었으며, 대한민국에서는 ‘보통의 가족’(설경구, 장동건 등 출연)이라는 리메이크작이 2024년 개봉하였다.

‘도덕적 딜레마 속 가족’이라는 공통의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각 나라의 정서와 사회적 맥락에 맞게 각색되었다.

이야기의 주 무대는 형제 부부 간의 저녁 식사가 이루어지는 고급 레스토랑이다.

동생 ‘폴’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지극히 상식적이며 합리적인 그의 눈에는, 함께 자리한 형, 형수, 그의 아내까지도 못마땅한 면이 있는 모양이다.

특히 유력 정치인인 형에 대해서는 열등감이라 할 만큼 아니꼬운 시선을 시종일관 유지한다.

그런 그들이 평범한 가족 간의 식사자리를 가장해 이곳에 모인 이유는, 자녀들의 범죄 사실을 어떻게 처리할지(더 솔직하게는 은폐할지, 세상에 알릴지) 논의하기 위함이다.

사안에 비해 다소 차분했던 대화 분위기는 몇 가지 반전 장치를 통해 후반부로 갈수록 오히려 극의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자녀들의 범죄는 생각보다 가볍지 않았으며, 그마저도 끝이 아니었다.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하는 각 부모의 입장과 견해는, 앞서 서술되었던 등장인물들의 서사와는 이질적인 면이 있다.

방점은 극을 이끌어가는 화자인 ‘폴’에 대한 독자로서의 시선 변화에 있다.

극 초반, 유머와 냉소에 가득 찬 그의 화법에 공감하기도 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드러나는 그의 과거, 태도, 분노를 마주하며 나는 스스로 질문하게 된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이야기, 믿어도 되는 걸까?

더불어 한 가지 더. 그의 아이들이 저지른 범죄에 그의 인격은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유전은 단지 외모나 지능만을 뜻하지 않는다.

부모의 태도와 심리, 분노를 다루는 방식, 세상을 보는 시선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해질 수 있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소설은 단순한 윤리적 이야기에서 ‘유전되는 인격’에 대한 공포로 확장된다.

책을 덮는 순간, 두 개의 질문이 마음을 오래 붙잡았다.

하나, 내가 이들의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무엇이 옳은 선택일까? 나는 정말 윤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일까? 둘, 내 인격이 내 자녀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

이건 아직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뼛속까지 스며드는 감각이다.

말투, 분노, 무관심, 혹은 비틀린 윤리감각이 아이에게 스며든다면, 나는 어떤 책임을 지게 될까?

이 책은 그런 고민을 시작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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